어제 실밥을 풀고나서 3인병실에 같이 있었던 중국인 환자들이 궁금해서 과일바구니를 사가지고 병실에 갔더랬습니다.

한분은 80이 넘었는데 이사람들 말로는 장이 아래위로 꼬였다는데 정확한 의학상식이 없어서 무슨 병명인지는 모르겠고 연세가 너무 많아서 수술일자를 아직 확정을 못했다고 합니다.

또 한분은 흑룡강성 철도국을 정년퇴임하고 호북성 무한이라는 곳에서 사시는 분인데 치질을 방치하여 직장암 수술을 한 분입니다.

사실 병원에 입원하여 병실에서 생활할 때는 머리도 길고 수염도 덥수룩하여 거의 산적이었지요(면도안하면 거의 이석현선배 수준입니다).
이발하고 깔끔하게 양복을 입고, 과일을 손에 들고 병실을 찾아가니까 이 사람들이 너무 놀라는 것입니다.

물론 산적같은 사람이 깔끔하게 해서 찾아가니까 좀 달라보이는 면도 있었겠지만 이 분들...거의 울기 일보직전이더군요.

직장암 수술받은 할배를 간병하시던 할매를 끌어안고 울라카는 것을 겨우 진정시켰습니다. 이 할배 아들은 북경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는데 저를 보더니만 얼굴이 빨개지더군요.

다 나아서 찾아간 저를 보고 다들 반가워서 그러는 줄은 알았지만 반가워하고 좋아하는 정도가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무실에 돌아와서 중국직원들한테 물어보니 직원들 하는 말..
"중국에서는 전혀 그런 일이 있을수가 없어요. 옆집에 사람이 죽어도 관심을 안보이는 사람들이 우리 중국사람들입니다.

더더구나 병원을 퇴원한 사람이 같이 입원해 있던 사람들을 찾아 가보는 것은 중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희들이 볼때는 중국사람들은 자기가 그런거 하는 것은 싫어하지만 남들한테 받는 것은 좋아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는 중국사람이 없긴 하지만요.

중국사람들도 그런거 안하는데 한국사람이 찾아와서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시니 너무도 감격을 해서 그런것입니다" 라고 말을 하네요.

그러면서 덧붗이는 말...
" 아마도 그 분들은 살아가시면서 총감님(제 중국직급입니다)을 평생 잊지 못할겁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셨습니까? 잘 하셨습니다"

그 말 듣고 보니 민간외교관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잠시 드네요.
(부끄부끄...)
일반적인 중국사람들은 좀 무뚝뚝합니다.
그런 사람들한테 한국인(韓國人)의 정(情)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는 생각도 들고...

그 분들은 퇴원해서 주위사람들한테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르지요.
" 어떤 못생기고 난장이 같은 한국인 환자가 있었는데, 이 사람이 얼마나 정이 깊고 친절한지 퇴원해서도 병원에 있는 나한테 안부인사 하러 왔더라. 한국인들 정말 친절하고 좋더라".....

뭐 대충 이런 말들을 하고 돌아다니지 않을까요?
저만의 상상인가요?...ㅎㅎㅎ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습니다.
대기압이 낮아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술부위가 조금 땡기네요.

멋진 주말비행을 기대하면서 무신날(무슨 얘긴지 아시지요) 진짜 열심히 후회없이 일들 하시기 바랍니다.